 |
가상칠언② : 오늘과 낙원 |
 |
김민중 목사 |
 |
2025년 3월 16일 |
|
|
 |
39.달린 행악자 중 하나는 비방하여 이르되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 하되
40.하나는 그 사람을 꾸짖어 이르되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
41.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하고
42.이르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하니
43.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23장 39-43절) |
# 2025년 3월 16일(사순절2)
“가상칠언② : 오늘과 낙원” (누가복음 23:39-43)
십자가에 달린 두 죄수가 있었지요. 그 둘 중 하나에게 예수님은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43절) 약속을 하십니다. 낙원이 천국인데, 이 천국에는 예수님도, 아브라함도, 모세도, 엘리야도 있습니다. 이 거룩한 곳에 평생 죄를 짓고 나무에 달린 그 죄수도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십자가는 우리의 추함이 예수님의 아름다움으로 덮어지는 곳이고, 우리의 결함이 주님의 완벽함으로 덮어지는 곳입니다.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골2:14) 십자가는 우리에게 내려린 사형 선고문이 폐지되는 곳입니다. 이 말씀 안에서 주님의 깊은 사랑을 경험하길 빕니다.
43절에서 예수님은 ‘오늘’이란 말씀을 먼저 하시지요. 오늘이란 말에는 “여기 이 시간”(눅19:5)이란 뜻과 “영원”(히13:8)이라는 뜻이 함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죄수에게 주시는 오늘의 은혜도 두 가지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천국을 누리고, 남겨진 영원한 모든 시간을 천국 되게 하시는 은혜입니다. 이 약속을 주시는 우리 주님은 오늘을 천국으로 바꾸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지만, 예수님은 오늘의 시간을 잡아서, 슬픔 대신 기쁨을, 낙담 대신 용기를, 분노 대신 사랑으로 바꾸십니다. 그 은혜가 주님이 지신 십자가에서 이뤄집니다.
오늘을 바꾸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는 에스더서에도 나옵니다. 말씀에 하만은 유다인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장대를 세우고, 모르드개는 두려운 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이들의 운명이 바뀌는 밤이 찾아옵니다. ‘그 날 밤에 왕이 잠이 오지 아니하므로 명령하여 역대 일기를 가져다가 자기 앞에서 읽히더니’(에6:1) 하나님은 그 밤에 왕에게 불면증을 주셨고, 모르드개의 공로를 기억하게 하셨습니다. 그 다음 날, 왕은 하만을 만나서 존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어떻게 높일지를 묻습니다. 하만은 왕이 말하는 사람이 자신인 줄 알고 기쁘게 말했지만, 결국 그 사람은 모르드개였습니다. 이렇게 모르드개는 존귀한 자가 되고, 하만은 자신이 만든 장대에 달려 죽게 됩니다.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이란 말이 나오지 않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의 오늘이란 시간과 함께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오늘을 바꾸십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 이 같이 하면 새롭게 되는 날이 주 앞으로부터 이를 것이요.’(행3:19) 십자가 앞에 선다는 것은 오늘이 바뀌어진다는 것이니 사순절에 십자가를 가까이 가세요.
말씀에 보니, 이 낙원에는 한 사람만이 들어갑니다. 그들의 차이는 자기 연약함에 대한 인정이 아닐까 합니다. 한 죄수는 자기 약함을 감추려고 더 강하게 예수님을 조롱합니다.(39절) 하지만 한 죄수는 부지 중에 지은 자신의 죄와 연약함을 보고 부탁드립니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42절) 예수님은 그에게 천국을 허락하십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돌보시지요. 십자가 앞에서는 도움을 구하는 자로 서는 것이 복입니다. 약함을 인정하는 곳에 천국이 임합니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란 동화에 보면, 소년이 말에게 물어 봅니다.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이 뭐니?’ 말이 대답합니다. ‘도와줘!’ 우리는 도와 달라는 말을 잘 못합니다. 짐이 될까봐 또는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그런데 이 동화에서 말은 또 말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데 그 앞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계기라는 말입니다. 성경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시51:17) 우리는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니 가정에서도 외롭고, 천국의 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세상에서 상한 마음까지 십자가로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연약함을 돕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의 품이기 때문입니다. 그 품에서 인간적 상함이 고쳐지고, 포기하라는 세상의 소리에서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세상 살다가 힘들면, 십자가 앞에서 연약함을 크게 고백해 보세요.
그리고 예수님은 ‘나와 함께!’(43절)라고 말씀하셨지요. 죄수에게 죽어서 가는 낙원만 허락한 것이 아니라, 몸이 십자가에 주님과 함께 낙원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연약함이 주님과 함께하면 그 어디나 천국입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내가 당신을 깊이 사랑하는 순간 / 당신이 나를 진심으로 살아하는 그 순간 / 그곳이 천국입니다’ 주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연약함을 고백하며 십자가 앞에 서면, 사나 죽으나 그 곳이 천국입니다. 연약함을 십자가 아래 맡기고 천국을 경험하는 사순절 되길 축원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