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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칠언④ : 버려짐과 부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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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중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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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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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제육시로부터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되더니
46.제구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47.거기 섰던 자 중 어떤 이들이 듣고 이르되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른다 하고
48.그 중의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에 꿰어 마시게 하거늘
49.그 남은 사람들이 이르되 가만 두라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원하나 보자 하더라3)
50.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니라
51.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
52.무덤들이 열리며 자던 성도의 몸이 많이 일어나되
53.예수의 부활 후에 그들이 무덤에서 나와서 거룩한 성에 들어가 많은 사람에게 보이니라
54.백부장과 및 함께 예수를 지키던 자들이 지진과 그 일어난 일들을 보고 심히 두려워하여 이르되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마태복음 27장 45-54절) |
# 2025년 3월 30일(사순절4)
“가상칠언④ : 버려짐과 부재” (마태복음 27:45-54)
예수님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있었던 어둠을 견디신 후 네 번째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구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46절) 그런데 이 말씀은 시편 22편 1절과 같은 말씀입니다. 시편 22편은 버려짐에 대한 말씀만 있지 않습니다. ‘그는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거나 싫어하지 아니하시며 그의 얼굴을 그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그가 울부짖을 때에 들으셨도다. 여호와를 찾는 자는 그를 찬송할 것이라 너희 마음은 영원히 살지어다!’(시22:24,26) 구하시고 살리시는 하나님의 대한 고백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말씀을 알고 계셨으니, 가장 고난이 심할 때 시편 22편을 묵상하신 것이 아닐까요? 십자가를 바라 볼 때는 버려지신 예수님이 아니라, 그럼에도 버리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을 묵상하세요. 십자가는 나를 버리지 않으실 하나님을 신실하게 바라보는 믿음의 자리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고백하셨으니, 말씀대로 버려지셨지요. 사실 예수님은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실 때부터 버려지셨습니다. 하늘이신데 땅이 되셨고, 하나님이신데 인간이 되셨고, 주인인데 종이 되셨고, 생명이신데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빌2:6-8) 이렇게 버려지신 이유는 자신을 버림으로 버려진 우리를 살리시기 위함입니다.
C.S.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보면 사탄이 하나님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 이유로 성육신(聖肉身)을 말합니다. 사단은 사람이 되어 본 적이 없지만, 하나님은 연약한 육신을 입고 사람이 되셔서,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신다는 것이지요. 주님의 버려지심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의 기적입니다. 그래서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은 사람을 긍휼히 여기십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사단은 모르지만, 예수님은 배고픔이 주는 비참함을 알기에 베푸십니다. 사단은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을 잘 모르지만, 예수님은 아시기에 배에서 불안해하는 제자들에게 급하게 오셔서 “내니 안심하라!” 위로를 주십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아픔을 사단은 모르지만, 예수님은 아시기에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으라!” 소망을 주십니다. 주님은 사람이 땅에서 당하는 고통과 상실과 죽음을 공감하시기 위해 버려지셨습니다.
이런 인간적 아픔을 하나님께 토로한 것이 시편들의 기도이지요. 시편에는 하나님을 향한 원망과 자조 섞인 고백들이 많지만, 하나님은 모든 이들의 상한 감정을 받아주십니다. 우리의 감정이 하나님 안에서는 부정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럴까요?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히4:15)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버려지심으로 우리를 동정하시니 우리의 감정은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예수님은 버려지지 않으셨음은 백부장의 고백에서 드러납니다. ‘백부장과 및 함께 예수를 지키던 자들이... 이르되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54절)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부재가 아닌, 임재의 상징입니다.
누군가 고백하더군요. “하나님의 부재는 하나님의 임재의 전주곡이다!” 어떤 장님이 음악회에 갔다고 합시다. 지휘자가 나오니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침묵이 찾아옵니다. 장님은 볼 수 없어서 자신이 온 자리가 잘못되었나 잠시 걱정하지만, 곧 아름다운 선율이 나옵니다. 하나님의 부재가 비슷합니다. 사람은 눈이 있어도,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하지 못합니다. 아무도 말하지 못하니 하나님의 부재 같습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도 지휘자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듯, 하나님은 부재로 임재하고 계신 것입니다. 나중 시간이 지나면 깨닫듯, 하나님은 한번도 우리의 삶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우리의 감각이 무딜 뿐입니다.
사사기 15장에서 삼손이 나귀의 턱뼈로 블레셋 사람을 천명이나 죽였지요. 그런데 목이 말라서 ‘왜 나를 돌봐주지 않습니까?’(삿15:18) 외치며 승리 중에도 하나님의 부재를 말합니다. 이때 하나님은 우묵한 곳을 터뜨려서 삼손에게 마시게 하시고, 그 샘을 엔학고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삿15:19) 부르짖은 자의 샘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엔학고레를 통해 알려 주십니다. “죽은 나귀 턱뼈에도 나는 함께 했고, 보이지 않는 샘 아래에서도 함께 했다. 너의 부르짖는 모든 자리에 내가 있었다!” 예수님의 부르짖는 그 자리에도 하나님은 함께 하셨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부재 같은 시간을 보내는 자에게 잘 견디라고 주님이 먼저 주신 위로의 자리입니다. 어디에나 계시는 주님(시139:7-10절)을 늘 찬양합시다. 주님은 지금도 살아 역사하십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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